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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낯선이야기로 피어나다

인문학과 함께 하는 도시 건축 이야기

 

지은이    이 동 언

옮긴이    

사    양    반양장    135x220    252쪽

ISBN       978-89-85493-51-2

정    가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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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시’라는 단어와 ‘읽다’란 자동사를 수긍할 수 있었으므로 읽어나갈 원동력이 생긴 것이다. 언뜻 시인 ‘박재삼’이 번역하였던 ‘Paul Valery’의 시적 건축이 추억되지만, 예술에 대한 개인적 관념의 서술이 아니라 대중을 향하여 건축은 시처럼 읽는 것이라고 선언하고 구체적인 예를 제시했다면 퍽 친근한 일이라 여겼다. 그럼으로써 건축가들은 우리시대의 건축이 읽혀진 적이 있었던가 라고 의문하게 될 것이며, 대중은 황령산 꼭대기에서도 ‘야호~'만을 외치지 않고 한번쯤 도시를 이리저리 둘러보게 되는 것이다.

건축을 읽어주는 방법은 (건축문화제에서 전시되는 도판의 한계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여전히 논리적이며 심지어는 지나치게 시각화됨으로서 구체적이기는 하나 별 감흥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건축을 인문학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승효상’이나 ‘서현’의 글들에서 보이기도 하였지만, 지나치게 관념적이라는 장애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시인 ‘폴 발레리’의 경우에는 추상적이기까지 하여 문화나 예술로서의 건축담론의 방향은 건축가들에게조차 갈피를 잡기가 어려운 부분이었다. 하물며 대중이 건축을 들여다보는 경우에는 어떠했겠는가.

저자가 건축을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굳이 시를 끌어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학으로서의 시는 이런 것이다. 시란 이해되는 문학이 아니라 그 속으로 들어가는 문학임을 안다면 건축의 시작에 그런 유사점은 없는가를 살펴야하는 것이다. 건축 또한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다. 건축도 시적이란 말인가. 그렇게 본다면 시로 환유되는 건축의 평가만큼 적절한 것도 없다. 질문은 이런 것이다. 시는 사람을 향한다. 건축은 어디로 향하여야 하는가.

궁극으로 시적인 태도를 사랑하는 저자는 건축을 설명하는 매개로서 시를 차용한 것이 아니라 시와 건축이 우열이 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 책을 재독하면서 느낀 또 다른 재미는 병치되어있는 시와 건축을 따로따로 보는 일이었다. 건축을 빼어버린 문장에서 시를 읽으며 전혀 다른 건축을 떠 올리고, 건축을 읽으면서 새로운 시를 써 보는 즐거움, 말하자면 저자가 주장하듯이 습관화된 데에서 벗어나 낯설게 바라보기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다. 따지자면 이도 저도 다 시적인 행위란 것이 이 책을 읽는 첫 번째의 재미이다.

책의 다른 가치는 저자가 몸담은 지역과 한 시대의 건축을 통찰해 보았다는 점이며, 대중에게 밝혔다는 사실이다. 설령 우리가 이 책에서 시적인 감동을 읽어낼 능력이 없다 하더라도 일기를 쓰듯이 이루어낸 8개월의 기록은 소중한 선물인 것이다. 개별건물에 대하여 썼지만 종국에는 건축 전체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며 응원이다.

비평의 특성이 결과를 꾸짖는 데에 있으며 화자가 ‘이동언 교수’였음에 뾰죽함이 예상되었으나, 대체로 저자의 시선은 따듯하다. 물론 이슈가 있고 개인적으로 감흥이 오는 건물을 선정했음을 밝혔다. 그러나 이 시대의 건축문화는 어느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므로 숨어 있는 당부를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 저자가 던지는 위로는 통찰과 자성의 기회가 없는 지방의 건축인들 로서는 얼마나 감사한 선물인가. 나는 그런 숨은 위로를 설명키 위하여 ‘복효근’의 시를 빌린다. 저자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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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날아라 슈퍼보드>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본 건축

사오정 저팔계 손오공을 넘어 | 어떻게 건축적 시각을 가질 수 있나 | 넓고 깊은 혜안이 신기술을 만날 때

사람답게 살아가라 | 요산 문학관

1층 필로티의 열린 공간 | 건축가 안용대의 접근법

오 씨앗들 | 유엔묘지 정문

잠재력 끓는 10대 모습 떠오르는 이유 | 전통을 자신의 현대언어로 표현한 김중업

불멸의 희열감을 만끽하다 | 누리마루

기운 기둥의 역동성, 지붕의 옛스런 질감 | 문태준 시인의 ‘오래된 새로움’ 이미지 | 시간의 켜를 더욱 촘촘히 하는 시도 기대

꽃중년 건축에서 겨울 숲건축으로 | 부산 중구청소년문화의집

‘아이돌’이란 화두조차 정면돌파한 건축적 사례 | 삭막한 도시에 가지가 무성한 숲이 | 진정한 꽃중년과 비움의 지향

어눌함의 참 서늘한 깊이 | 양산시 원동면 용당리 주택

평범한 시골집의 놀라운 오케스트라 | 김명건 건축가가 선물한 공간 삼중주 | 시인 정현종의 「어눌의 푸른 그늘」

건축에서 죽은 은유와 살아있는 은유 | 푸른솔경로당

기존 범위 넘어서는 상상이 필요 | 전통예술 조각보를 건물에 입혀 | 건축가 조서영의 돋보이는 상상력

일상과 비일상, 마주 보다 | 부산글로벌빌리지

건축가 정태복의 의중은 | 전이공간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 도모 | 건축환경은 학습동기에 영향을 끼친다

교회는 하나님 말씀과 몸의 형상화 | 해운대 온누리교회

하나님의 계명과 사랑 | 돋보이는 빛과 어두움의 연출 | 건축가 임성필의 ‘벽’과 황동규의 시

때와 공간의 숨결이여 | 금정산 범어사 일주문

서로 물고 물리는 억겁세계를 담다 | 너무 큰 외침과 공간의 침묵 | 표피적 이해 넘어 접촉과 퍼짐으로 | 일주문의 악수, 금정산의 악수

서로 다른 것의 모양 속에 녹는다 | 대연동 발도르프 사과나무학교

일상적인 것 속에 새로움이 솟다 | 학교교육에 대한 나름의 메시지를 던져 | 괴물을 다룰 줄 알아야 건축가

루버, 그 생생함 | 금정세무서

‘서향으로 배치된 건물’의 난제를 풀어라 | 관공서 특유의 좌우 대칭도 파괴 | 이 건물의 ‘생생함’은 어디서 나오는가

시장해서 나 너를 사랑했노라 | 동서대 신축 종합운동장

「공허하므로 움직인다」는 김지하의 시 | 캠퍼스 한가운데를 비워 균형을 맞추다 | 비움과 채움, 움직임과 막힘의 긴밀한 관계

갈증이며 샘물인, 샘물이며 갈증인| 부산극동방송

분리된 두 덩어리의 건물이 서로 비추고 보듬어 | ‘부산다운 건축’이 다양하게 출몰하려면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자연이 전해주는 것 | 해송 숲과 병원 기능의 밀접한 관계 | ‘체험’이 배제된 점 등 아쉬움도

자갈치시장 현대화 건물

지역 건축에서 ‘은유의 복합화’라는 도약 | 총체적 차원의 지역성 구현엔 한계 느껴져 | 상호교감을 통한 ‘함께함’의 방식을

해양대학교 국제교류협력관

자연이 주는 혜택을 최대한 누리고자 | 시각을 넘어 촉각체험으로 | 리듬감 있지만 어울림·센스 면에선 아쉬움도

고가풍 주택에서 아파트의 풍경을 다시 생각하다

‘비움의 공간’이 하는 역할 | 하늘을 접할 통로가 있다는 것 | ‘마당 있는 집’은 이제 꿈일까

반복의 힘 | 부산시립미술관

부산대 인문관

중앙홀 T자형 계단의 기능 | 인공선과 대조된 자연선의 아름다움 | 문화재 지정 가능성 보여

도심 속 작고 소박한 것의 빛 | 플래닛빌딩

골리앗 곁에서 선 다윗 연상 | 작지만 제 기능 감당하는 내부 공간들 | 차분한 졸박미 간직

안과 밖의 그리움 | 수영강변 크리에이티브 센터

디자인 전문업체 이인의 사옥과 연구소 | 다양한 종류의 빛을 읽을 수 있어 | 옛집과 새집이 서로 그리워하도록

부산전시·컨벤션 센터(BEXCO)

아트리움이라는 ‘숨 쉴 구멍’ | 낯설게 하기로 랜드마크 위상 보충 | 자연의 물렁물렁함과 복원력을

태극도마을

부산 영주동 글마루 작은도서관

사람이라는 게 부끄러워지는 풍경 | 오랜 것에서 새것이 잉태 | 이중시각․다중시각을 적극 적용한 건물

이미지는 어떻게 생성되는가 |디오 센텀사옥

누드 엘리베이터 안에서 보면 | 마당 나무 물 등 환경요소 적극 활용 | 늘 변모하는 이미지 조각들 | 삶․시간․환경의 상호작용이 중요

부산 안창마을

마을의 평상이 하는 역할 | 마을에 스며 있는 공유의 문화 | 공유의 문화 속에 살아있는 차이 | 불통의 도시공간이 여기서 배워야 할 것

영도등대 해양문화공간

현실적 기능과 환상적 분위기의 만남 | 등대 기능과 해양문화공간 합쳐 | 문태준 시인의 시 「매화나무 해산」 | 옛것과 새것의 담대한 만남 필요

센텀시티와 정현종 시인의「섬」

왜 센텀시티의 건물들은 따로따로 놀까 | 두레라움, 출중함에도 조화는 어려워 | 센텀시티의 초심 지금이라도 점검하자

에필로그 | 오래된 새로운 건축을 지향한다

낯설게 하기가 필요한 이유 | 정현종과 황동규의 시 | 부산의 사례들 | 다양함 속에 깃든 ‘공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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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언

1956년 경북 포항생으로 부산대학교 건축공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및 조지아 공과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 및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다. 관심분야는 ‘현상학적 맥락’에 바탕을 둔 건축설계 및 이론․비평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맥락주의 건축이론화 하기”, “우리건축의 기본방향설정을 위한 현상학적 탐색”, “물려받는 것(傳乘)에 바탕을 둔 현대건축”(공저) 등이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삶의 건축과 패러다임 건축>, <詩를 통해 부산건축 새롭게 읽기>, <한국현대건축의 정체성탐구>(공저), <건축 詩로 쓰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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