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이 강하다

일본마을 인생기행

 

지은이    성 종 규

옮긴이    

사    양    반양장    174x225    336쪽

ISBN       979-11-88602-19-3

정    가   17,000원

 

아름다운 마을은 어디에 있을까

 

자연마을을 찾아 경기도 양평으로 삶터를 옮긴 현직 변호사가 일본의 마을을 찾아다니며 인간의 공간에 새겨진 삶의 무늬를 담은 책이 나왔다. 서종면에서 서종마을디자인본부라는 NPO를 이끌고 있는 저자가 현장의 고민을 안고 공동체가 만들어가는 마을을 찾아다니며 기록한 것이다.

일본 시인 이바라키 노리코의 <어딘가 아름다운 마을은 없을까>로 문을 연 저자는 경쟁, 속도와 같은 광란의 질주를 멈추고 자기다운 소박함을 좇아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안내한다. 저자는 아름다운 마을을 ‘강하다’고 정의한다. 물리적인 힘의 크기가 아닌 마을의 매력을 힘에 비유한 것이다. 그 매력을 6가지로 나누고 마을 22곳으로 소개한다.

첫 번째 매력으로, ‘공간의 공공성’을 이야기한다. 마을의 경관을 주민 스스로 설계하고 실행하는 오부세는 ‘산책하며 치유되는 마을’로 알려져 있다. 상대방의 자유를 보장해야 나의 자유도 인정받는다는 민주주의를 증명하듯, 주민, 상인, 기업인 모두 ‘내 것’을 기꺼이 양보한다. 오부세의 주민들은 공익을 위해 희생이 아니라 양보를 선택한 성숙한 인간사회의 존재를 보여 주며 ‘인간의 욕심은 제어할 수 없고, 공공성은 이상일 뿐’이라는 개릿 하딘의 이론을 반증한다. 고베 마쓰모토는 지진으로 화재가 확대되어 건물의 약 80%가 타 버린 재해마을이었다. 마쓰모토의 주민들은 정부의 복구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는 우리가 복구한다’는 의지가 강했다. 큰 재해에 대비해 마을 한복판을 흐르는 시냇물을 만들었는데, 다양한 물길과 조경, 쉼터는 마을과 조화로울 뿐 아니라 폐허를 아름답게 일군 주민들의 창의력과 실천력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신궁의 땅 ‘이세’에서는 평범한 이들이 공동체와 전통을 이어가며 마을을 만들어가는 힘을 소개한다.

두 번째 매력으로, ‘자기다움’을 이야기한다. ‘공동체 공간은 여러 생활 패턴들이 모여 구성된다’는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패턴 랭귀지’ 이론을 적용한 가와고에와 마나즈루. 건축가나 예술가의 미학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왔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무명의 아름다움’을 소개한다. 접근이 어려워 발전이 더딘 산악지역 히다후루카와의 마을사람들은 개발 외풍을 뚝심 있게 막아 내고 마을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났다. 관광개발이 불러온 ‘투어리즘 포비아’를 겪지 않고도 자존감 있는 마을을 지켜낸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전통으로 100년을 설계한 ‘가네야마’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들여다본다.

세 번째 매력으로, ‘역사와 예술’을 이야기한다. 옛것과 새것을 조화롭게 연결한 창조도시 ‘가나자와’. 문화 벨트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도시 전체를 즐기게 된다. 문화유산들을 존재감 있게 재구성한 ‘교토’는 세계문화유산의 전시장이다. 전역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산들이 파편화되지 않도록 현대와 중세를 조화롭게 설계하였다. 도시 전체가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는 ‘가마쿠라’는 중세의 대로와 뒷골목을 살려내 여행객들의 재미와 현지인들의 실리를 모두 챙겼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영화세트장 같은 ‘하코다테․오타루’는 역사․문화․예술을 살리기 위해 10여 년간 논쟁을 벌였다. 그 끝에 살려낸 운하와 붉은 창고군은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네 번째 매력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사람의 힘’을 이야기한다. 공무원의 끈질긴 설득이 지켜 낸 물의 도시 ‘야나가와’. 그의 뚝심이 도심에서 뱃놀이를 즐기고 홍수로부터 자신들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기업인이 문화예술을 후원해야 한다는 메세나 의식이 확고했던 재벌가문이 보전한 ‘구라시키’, 아이들이 싹을 틔운 사과나무 마을 ‘이이다’, 초보 시장이 10년간 일궈낸 보행자 천국 ‘아사히카와’는 사람의 공간을 지켜내는 창조의 힘이 가득하다.

다섯 번째 매력으로, ‘오래된 것’을 이야기한다. ‘쓰마고․마고메’는 에도 막부의 권력과 애환이 담긴 숙박마을이다. 전통건조물을 지키기 위해 ‘팔지 말자, 임대하지 말자, 부수지 말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보존운동에 나선 사연을 살펴본다. 역사적 흔적과 기록을 보존하여 자신들을 먹여 살릴 미래자원으로 재탄생시킨 ‘나가사키’를 보고 저자가 느낀 역사의 회한과 안타까움, 충격과 의문을 알아본다.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재원은 임진왜란으로 끌려간 도자기의 神 조선인 이삼평이 만든 도자기였다. 일본에서 가장 질 좋은 도자기를 생산하는 ‘아리타․이마리’에서는 매년 이삼평을 기리는 제를 지내고 축제를 연다. 그들이 도자기를 실생활에서 빛내는 애정과 자부심을 들여다본다. 일본에는 자연이 선사한 선물인 온천이 수천 개에 이른다. ‘온천마을(유노쓰․긴잔․기노사키․히지오리)’을 통해 그들이 고유한 것에 새로운 요소를 끊임없이 붙여 나가는 모습을 배운다.

여섯 번째 매력으로, ‘걷고 싶은 거리’를 이야기한다. 사람․정신․문화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도로를 만든 ‘야마가타․후쿠시마’, 걷고 웃고 떠들며 쉬는 일상을 담은 참배의 길 ‘나가노 추오토오리’, 커뮤니티 도로에 전통의 정체성과 현대의 디테일을 담은 ‘나라 산조토오리’, 함께 이야기하고 저녁을 먹고 춤 출 수 있는 공간인 자유의 언덕 ‘지유가오카’를 안내한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마을만들기와 연을 맺게 된 서종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한다.

책에는 저자가 안내하는 오랜 시간과 고유함을 간직한 삶터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마을, 경관을 바라보는 저자의 심미안과 견해는 결코 얕지 않다. 행간에 담긴 아름다운 마을을 향한 애정 또한 저자가 빚진 어머니의 등처럼 푸근하고 따뜻하다.

저자는 아름다움 속에서 아름다운 생을 살아가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과연 우리는 욕망과 이기심, 편리함을 버리고 더불어 사는 삶을 택할 수 있는가. 질주를 멈추고 우리가 답해야 할 때다.

 

추천의 글

어딘가 아름다운 마을은 없을까

제1장 공공성은 아름답다

밖은 모두의 것, 안은 자신의 것 - 오부세 / 참혹한 지진이 데려다 준 부드럽지만 강한 물길 - 고베 마쓰모토 / 태양신이 깃든 신궁의 땅 - 이세

제2장 아름다움은 ‘자기다움’ 속에 있다

‘무명의 그 무엇’이라는 멋 - 가와고에․마나즈루 / 소년의 영혼이 찾아간 마을 - 히다후루카와 / 100년의 설계 - 가네야마

제3장 역사와 예술이 도시로 승화하다

시간을 연결하는 창조도시 - 가나자와 / 천년의 세월이 흐르는 세계의 유산 - 교토 / 사무라이에서 출발해 낭만이 된 도시 - 가마쿠라 / 러브레터, 그 순정의 무대 - 하코다테․오타루

제4장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동력, 사람의 힘

시청 계장님의 물길 930킬로미터 - 야나가와 / 재벌이 아름다움을 알아보았을 때 - 구라시키 / 사과나무 판타지 - 이이다 / 초보 시장의 10년이 일궈낸 보행자 천국 - 아사히카와

제5장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에도 막부의 권력과 애환을 담은 특별한 숙박마을 - 쓰마고․마고메 / 조선과 일본의 격차를 만든 개항지 - 나가사키 / 조선에서 끌려온 도자기 神의 마을 - 아리타․이마리 / 자연이 선사한 수천 개의 선물 - 온천마을들(유노쓰․긴잔․기노사키․히지오리)

제6장 걷고 싶은 거리는 강하다

도로의 새로운 개념, 커뮤니티 도로 - 야마가타․후쿠시마 / 자랑스런 참배길 - 나가노 추오토오리 / 커뮤니티 도로에 담긴 전통과 현대의 디테일 - 나라 산조토오리 / 인간의 본성을 담은 자유의 언덕 - 지유가오카

맺음말 서종의 도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부터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자연마을을 찾아 2007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으로 이사했다. 어느 날 주민자치위원을 뽑는 플래카드를 보고 주민자치라는 말에 이끌리어 마을만들기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서종마을디자인운동본부를 만들어 마을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운 마을을 연구하고,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아 마을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사이 우리보다 마을만들기에 앞선 일본의 마을들을 찾아다녔다. 일본마을 인생기행 7년. 마을에 깨진 유리창들이 방치되면 마을이 빠르게 슬럼화 하지만, 누군가의 아름다운 손길이 보태지면 함께 더불어 아름답게 가꾸어가게 된다는 것을 두 발로 체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