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과 같은 전시시설은 그 계획부터 공간이 마무리되기까지,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조건이나 요건을 다양하게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전시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이고 체계적인 지식 없이는 디자인 단계부터 해결하기 힘든 많은 문제와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

박물관은 과거와 현재의 유물 또는 작품 등을 보관하고 이를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다. 박물관은 지난 수세기의 한 나라 혹은 한 사회의 문화를 미래로 전달하고 그 내용을 보존, 연구,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소이며, 역사적 자료와 정신적·물질적 문화의 흔적들인 예술작품, 수집품, 자연물의 표본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기관, 보존, 연구, 교육, 문화를 목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변천을 나타낼 수 있는 물건을 수집하고 전달하며 특히 전시하는 사회적 시설인 것이다. 이와 같이 박물관이라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미술관이나 전시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범주가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유적지, 동물원이나 식물원, 생태공원 등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박물관에서 보존하고 전시하는 전시자료가 될 수 있으며,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협의의 박물관 개념에서 점차 확장된 개념으로 그 의미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초창기 박물관의 의미가 자료나 귀중한 물품을 보존하는 장소였다면, 그 다음 세대에서는 이들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개념으로 진화하였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관람객과 소통하기 위한 문화교류의 장소로 변모하고 있다. 현대는 매우 빠르게 문명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특히 과학분야에 있어서는 한 해가 다르게 새롭고 진보된 문화와 문명을 선보이고 있다. 따라서 박물관 또한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과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매우 새로운 개념의 박물관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게 된다. 루브르박물관이나 대영박물관에서와 같이 전시자료의 방대함과 다양성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보존과 전시중심의 개념이 있는 박물관도 있지만, 한 종류의 전시자료만을 다루어 전문적인 접근방식으로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전문 박물관이나 일정기간을 정하여 특별전시나 기획전시 위주로만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형태의 박물관도 나타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이를 수용하는 공간 또한 매우 가변적이고 전시에 즉각적으로 대응 가능한 형태로 변모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자료라 할지라도 그 전시자료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떠한 형태로 전시할 것인가의 문제가 현대 박물관에서의 전시개념 변화의 주요 원인인 것이다.

현대 박물관의 새로운 의미와 개념에 대한 접근은 전시자료를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관람객들과 어떻게 소통시키며, 어떠한 전시형태로 관람객들과 전시자료가 조우하게 만들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하게 박물관의 개념을 예술작품이나 역사적 자료, 사회문화와 관련된 총체적 자료 등을 보존하고 관람자에게 전시하며, 연구하고 수집하는 장소로서의 개념은 이젠 너무 진부한 개념이 아닐까?

전시공간 디자인은 공간 기획에서 전시 디스플레이, 전시환경 조성의 계획, 설치에 이르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절차와 과정을 거치며 이루어진다. 전시라는 것은 수많은 전시자료, 관람객, 그리고 이를 수용하는 전시공간이 상호 적극적인 교류가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전시의 개념을 단순하게 전시자료들을 나열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결코 좋은 전시 디자인을 하기는 어렵다. 전시공간은 무엇인가 전달하려는 의미와 전시자료가 가지는 내용이 내포되어야 하므로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박물관을 찾는 관람자들은 여가나 휴식, 특별한 전시자료에 대한 관심 등을 이유로 전시공간을 방문하지만, 전시자료에 무관심한 관람자도 매우 많다. 또한 전시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모든 관람자들이 모든 전시자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전시자료와 관람자가 스스로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디자이너들은 버려야만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관람객들이 최대한 전시자료에 흥미를 가지고 관심을 보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전시공간 디자인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관람객의 흥미를 끌어당기기 위해서는 특별한 그 무엇이 존재해야 한다. 전시자료와 관람객이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전시자료가 무언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관람객은 이 메시지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디자인해야 한다.

전시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계획요소와 전시공간을 디자인하면서 알아야 할 기본적인 지식함양을 위한 체계적인 가이드북으로서 이 책의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저자가 수년간 학교와 현장에서 배운 전시계획과 디자인에 대한 지식과 답사하면서 쌓아온 수 천 장의 사진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것이다.

공간은 많이 아는 사람이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건축이나, 실내건축, 실내 디자인, 인테리어, 공간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하는 학생들과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전시시설에서 전시공간을 다루어야 하는 이들에게 실용적인 안내자가 될 것이다.